혼자 일어서지 못하는 행주에게 가서는 지팡이가, 마술을 즐겨하는 인섭이에게는 마술 도구가,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혜숙이에게는 라켓이 된다. 하지만 우산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인 동현이는 우산이 필요없다며 "저리 가!"하고 호통치기 일쑤. 뭐, 모든 사람이 똑같은 건 아니니까. 복실이는 호통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지만 꾹 눌러 참고 우산 배달을 계속한다. 어쨌든 우산 마을 사람들에게 우산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그런데 우산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만으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돌연 방향을 바꾼다. 복실이가 몸이 아파 앓아눕게 된 것. 우산의 쓰임은 장난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했지만 우산이 없다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산을 구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오랜 고민 끝에 동현이네 집으로 몰려간다.함께 먹는 저녁밥이 진짜 맛있는 이유
우산 마을에 사는 강아지 복실이는 사람들에게 우산을 나누어준다. 복실이가 가져다준 우산은 저마다 쓰임이 다르다. 혼자 일어서지 못하는 행주에게 가서는 지팡이가, 마술을 즐겨하는 인섭이에게는 마술 도구가,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혜숙이에게는 라켓이 된다. 하지만 우산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인 동현이는 우산이 필요없다며 “저리 가!” 하고 호통치기 일쑤. 뭐, 모든 사람이 똑같은 건 아니니까. 복실이는 호통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지만 꾹 눌러 참고 우산 배달을 계속한다. 어쨌든 우산 마을 사람들에게 우산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그런데 우산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만으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돌연 방향을 바꾼다. 복실이가 몸이 아파 앓아눕게 된 것. 우산의 쓰임은 장난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했지만 우산이 없다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산을 구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오랜 고민 끝에 동현이네 집으로 몰려간다. 동현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제 와서 큰 행운이 된다. 게다가 매일 밤, 딱 배고플 시간에 한 자리에 모이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저녁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우산 마을에 매일매일 잔치가 열리고 모두들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우산으로 인해 빚어진 이 마법 같은 순간이라니.
『행복한 우산 마을』은 복실이가 나누어준 우산이 어떻게 해서 마을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주었는지를 들려준다. 저마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서? 물론 그렇다. 하지만 혼자서 우산을 나눠 가질 때 우산은 그저 불편을 해소하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복실이가 우산을 나눠주고 보답으로 받은 포옹이나 음식 같은 것도 넓게 보면 교환가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산이 결핍되면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순간, 우산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함께 모여 먹는 저녁밥이 얼마나 흥겨운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작은 불편이 큰 행복을 낳았다고나 할까. 이 서툰 그림책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나눔과 소통의 따뜻함, 행복의 아주 당연한 전제 같은 것들. 여기에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놀랍게도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작품의 주제를 든든히 뒷받침해준다.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이 그림책 작업을 함께 했던 홀트일산복지타운 장애인들은 실명 그대로 그림책 속에 등장한다.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가 된다거나 우산을 타고 산꼭대기의 집에서 날아 내려오는 등의 설정에는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이 담겨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거침없이 표현되는 상상력은 더없이 유쾌하고 활달하다. 이 멋진 그림책을 읽는 우리도 이들을 장애인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에 담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림책을 쓰고 읽는 일에 관한한 우리는 모두 똑같으니까.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 e-북 만들기
『행복한 우산 마을』과 『달콤한 목욕』은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장애인들이 재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e-북 만들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적장애, 뇌성마비, 간질, 언어마비, 다운증후군 등 여러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6명의 저자는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에 녹여내었고, 그 결과로 탄생한 e-북은 예상보다 놀라운 반응을 얻었다.
많은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바람의아이들에서 수정작업을 거쳐 종이책으로 출간하게 된 결과물을 떠나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여 모인 여섯 명의 저자가 함께 한권의 그림책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의견이 부딪히고, 연대와 소통이 필요했을지는 어림잡아 상상해보아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으리라.
책이 만들어진 과정이 하나하나 기록되어있는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진행일지에는 저자들이 어떠한 의견들을 통해 이 동화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장애가 있는 저자들에게 어떠한 환경을 제공해야 가장 즐겁게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지, 몸이 불편하여 마우스를 잡기도 힘들어하던 이들이, 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게 된 과정 등의 이야기가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을 맡은 복지사들에 의하여 세세하고 애정 어린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책의 저자 소개에 작업에 직접 참여한 6명의 저자 외에도 프로젝트 진행이라는 표기 아래 이창신, 김태황, 김용숙, 정승구, 박정숙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대상이 실재하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법을 평생 배우며 살아가는 인지장애인들에게는 판타지를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이 아마추어 작가들은 이 멋진 동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의 실생활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지난하지만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작업을 거쳐야했다. 불편한 몸 때문에 집밖 나들이가 쉽지 않다는 핸디캡은 강아지가 배달해준 우산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상상으로, 가뭄으로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은 평소에 해보지 못한 사이다 목욕이라는 즐거움으로 전환이 되었다. 장애와 불편함이 즐거움과 재미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환상적인 동화 속뿐 아니라 하루하루 모여 머리를 맞대었던 여섯 저자의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난 환상적인 사건(?)이다.
이 합동 작업의 결과물은 애초의 목적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프로그램 과정에서 어떠한 효과가 일어났는지와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유쾌하고 기발한 이야기는 독자의 통념을 시원스럽게 깨주며, 우스꽝스럽고 활달한 그림이 그림책 특유의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종이책에 앞서 제작한 e-북에는 매체적 특성상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영문을 함께 기입했다는 이창신 복지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순수한 자부심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즐겁게 페이지를 넘기며 자유로운 상상에 빠지는 동안, 그 기저에 담긴 삶의 가치를 느껴볼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은 진짜 예술인 것이다.
[작가 소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지적장애, 뇌성마비, 간질, 언어장애 등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행복한 우산마을』은 컴퓨터 작업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김동현, 강한 리더십이 있으며 주인공 복실이의 엄마인 박지혜, 역도선수로 활동하는 송혜숙, 사진을 인화하여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복남, 가장 연장자이자 모임의 정신적 지도자인 최행주, 차분한 성격으로 의욕이 매우 높은 하인섭까지 평균 연령이 40대 이상인 여섯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