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갈기털을 휘날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요.
사자야, 사자야,
내 피아노 소리 들리니?
들리고 말고, 슬기야.
네 피아노 소리는 춤추는 아침 바람 같아서
내 갈기털도 신나게 휘날리는걸. (본문 중에서)
<피아노 소리>는 주인공 슬기가 피아노를 치면서 느끼는 기쁨과 피아노 소리를 통해 경험하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슬기가 연주하며 듣고 느끼는 피아노 소리는 곡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마치 춤추는 아침 바람 같아서 사자가 갈기털을 신나게 휘날릴 듯도 하고, 우렁찬 나팔 소리 같아서 당나귀가 힘차게 발맞출 듯하고,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 같아서 거북이가 시원하게 헤엄칠 것도 같고, 보송보송한 솜털 구름 같아서 뻐꾸기들이 그 소리에 몸을 실어 푸른 하늘을 날 것도 같다. 슬기는 피아노를 치는 동안 음악, 피아노 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그 소리에 이끌려온 상상의 친구들과 어우러져 하늘을 날기도 하고, 바다 속을 헤엄치기도 한다. 피아노 소리는 슬기에게 있어 한바탕 즐겁게 놀고, 친구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축제와 같고,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허은순 작가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듣고 동물들의 신나는 축제 장면이 눈앞에 그려져 이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귀로 들을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느끼는 소리를 표현하고자 했다.
음표를 따라 노래하듯 흐르는 글과 맑은 수채화가 어우러진 <피아노 소리>를 통해 독자들은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 음악의 세계,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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