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신타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선명하고 과감한 색감이 돋보인다. 붉은 빛 계열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 날씨를 강렬하게 표현해 준다. 그 태양빛 아래 푸른 빛의 바다를 펼쳐 놓아 더운 날씨에 맞서는 시원한 바다를 뚜렷하게 대비시켰다. 특히 하늘과 바다를 수평 구도로 나눠 놓음으로써, 넓은 공간감도 느낄 수 있다.
강자와 약자를 크기로 대비한 것도 초 신타 그림의 특징이다. 토끼를 절반 갖겠다는 살쾡이, 원숭이를 절반 갖겠다는 늑대가 나오는 장면은 자칫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잔인한 장면이기 쉽다. 하지만 초 신타는 크기의 대비를 실제보다 과장하여 위트 있게 표현했다.
또 거대한 바다 앞에 놓인 동물들을 아주 자그맣게 그려서 얼마나 커다란 바다를 잡았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자연 앞에서는 동물들이 얼마나 자그마한 존재인지도 깨닫도록 했다.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고, 강렬하면서 편안한 초 신타의 그림은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일본 소학관 문학상 수상작,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유아독서연구소 추천 201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2016 오픈키드 좋은 그림책 목록 추천
영차 영차!
산속 동물들이 힘을 합쳐 커다란 물고기를 잡습니다.
물고기 잡는 걸 도와준 뒤 동물들은 하나같이 소리칩니다.
“절반 줘.” ”절반 줘.” “절반 줘.”
하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뿐.
모두에게 다 절반씩은 줄 수 없습니다.
절반씩 나누는 것보다 더 행복한 나누기 방법은 없을까요?
▣ 작품의 특징
■ 더위를 잡으러 바다로 가요
무더운 여름입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며, 달콤한 수박 한 조각 먹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깊은 산속에 사는 토끼와 원숭이도 더위에 지쳤습니다. 토끼는 귀를 펄럭거리고, 원숭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더워하지요. 참다 못한 둘은 더위를 피하러 바다에 가기로 합니다. 낚싯대에 커다란 수박을 하나 매달고, 산을 넘고, 또 넘어 바다에 이릅니다.
“야호, 바다다!”
냉큼 바다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토끼와 원숭이는 수박 절반을 미끼로 매달아 낚싯대부터 드리웁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서 산속 친구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산속 친구들과 바다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일까요? 아니면 커다란 물고기를 자랑하고 싶어서일까요? 어떤 까닭이든 친구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제나저제나 토끼와 원숭이는 물고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낚싯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둘은 수박을 먹기로 합니다. 하지만 수박 절반은 이미 낚싯대의 미끼로 써 버렸습니다. 이제 어쩐담? 둘은 사이좋게 절반씩 나누기로 합니다.
“절반씩 나눠 먹자. 물고기 잡으면 절반 줄게.”
토끼가 말했습니다.
“수박도 절반, 물고기도 절반! 그래, 좋아.”
원숭이가 허락했습니다.
토끼와 원숭이는 절반짜리 수박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 싹싹 맛있게 먹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사이좋게 수박을 나눠 먹은 토끼와 원숭이는 물놀이를 즐깁니다. 산에도 이런 바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다 물놀이는 즐겁습니다.
토끼와 원숭이처럼 여름이면 우리도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절로 그리워집니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바다에서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잡고, 달콤한 수박을 먹고, 첨벙첨벙 물놀이를 즐기며, 맘껏 뛰놀고 싶어집니다. <절반 줘>에 담긴 풍경은 무더위를 보내는 우리네 여름 풍경과 꼭 닮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도 당장 바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 모두에게 다 절반씩은 줄 수 없다면?
토끼와 원숭이 둘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사이좋은 친구인 둘은 뭐든 똑같이 절반씩 나누면 되니까요. 수박도 절반씩, 물고기도 절반씩……. 하지만 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바로 낚싯대에 커다란 물고기가 잡힌 것입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낚싯대가 바다로 줄줄 끌려 들어갈 정도로 엄청나게 커다란 물고기였습니다. 토끼와 원숭이는 산속 동물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누가 좀 도와줘! 물고기 잡으면 절반 줄게.”
곧 여러 동물들이 도와주러 옵니다. 쥐, 다람쥐, 하늘다람쥐, 여우, 너구리, 살쾡이, 멧돼지, 곰, 늑대까지 줄지어 달려옵니다. 영차 영차! 모두들 힘을 합쳐 줄다리기하듯 낚싯대를 잡아당겨 커다란 물고기를 잡습니다. 파랗고, 커다랗고, 눈도 입도 없는 이상한 물고기였습니다.
물고기 잡는 걸 도와준 동물들은 모두 “절반 줘.” 하며 약속한 물고기를 달라고 토끼와 원숭이한테 따집니다. 토끼와 원숭이는 난처합니다. 물고기는 한 마리뿐. 모두에게 다 절반씩은 줄 수 없으니까요. 자기 몫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동물들은 욕심을 부리며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그때 거북이가 바다에서 잡은 게 물고기가 아니라, 바다라는 걸 알려 줍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잡은 건 바로 ‘바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절반씩 나누기보다는 ‘모두의 바다’로 삼으면 되니까요.
“우리 이 바다를 산으로 가져가자.”
“우리 모두의 바다로 하자.”
동물들은 다 함께 바다 앞에 나란히 서서
돗자리 말 듯 바다를 돌돌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 함께 바다를 둘러메고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본문 중에서
동물들은 자기 몫의 절반을 주장하기보다 ‘다 함께 갖기’를 택했습니다. 동물들 모두 다 절반이 아닌 온전한 바다를 갖게 된 셈입니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이익을 포기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토끼와 원숭이의 소원대로 산속에 바다가 생겼습니다. 산을 넘어 멀리까지 바다를 갈 필요가 없습니다. 더우면 산속 바다에 헤엄치러 가면 됩니다. 그 산속 바다는 여러 친구들 모두 즐겁게 헤엄칠 수 있는 모두의 바다니까요.
■ 선명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자유로운 그림
초 신타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선명하고 과감한 색감이 돋보입니다. 붉은 빛 계열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 날씨를 강렬하게 표현해 줍니다. 그 태양빛 아래 푸른 빛의 바다를 펼쳐 놓아 더운 날씨에 맞서는 시원한 바다를 뚜렷하게 대비시켰습니다. 특히 하늘과 바다를 수평 구도로 나눠 놓음으로써, 넓은 공간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붓질이 그대로 느껴지는 자유 분방한 채색 방식은 아이 그림처럼 친근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툭툭 그린듯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동작은 무엇보다 생생합니다. 토끼와 원숭이가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친 모습이나 바다를 발견하고 신난 모습, 수박을 나눠 먹고 즐거운 모습, 바다에 누워 행복한 모습, 커다란 물고기를 잡느라 당황한 모습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각기 다른 마음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강자와 약자를 크기로 대비한 것도 초 신타 그림의 특징입니다. 토끼를 절반 갖겠다는 살쾡이, 원숭이를 절반 갖겠다는 늑대가 나오는 장면은 자칫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잔인한 장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초 신타는 크기의 대비를 실제보다 과장하여 위트 있게 표현했습니다. 또 거대한 바다 앞에 놓인 동물들을 아주 자그맣게 그려서 얼마나 커다란 바다를 잡았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자연 앞에서는 동물들이 얼마나 자그마한 존재인지도 깨닫도록 했습니다.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고, 강렬하면서 편안한 초 신타의 그림은 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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