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이 유치원에 간 첫날이었어요. 유치원에서는 기린과 생쥐, 개구리, 돼지, 곰, 코끼리 친구가 서로 즐겁게 어울리고 있었어요. 친구들 모두 카멜레온을 반갑게 맞아 주었지요. 친구들은 저마다 자리를 찾아 앉고, 카멜레온에게 파란색 의자를 내주었습니다. 파란색 의자를 본 카멜레온은 머뭇거렸어요. 카멜레온에게는 말하기 부끄러운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지요. 파란색 의자에 앉은 카멜레온은 의자의 색을 따라 온몸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깜짝 놀랐어요. 친구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색깔이 바뀐 카멜레온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을까요? 혹시 카멜레온을 놀리거나 따돌리진 않았을까요?
부끄러운 게 아니야, 넌 특별한 거야
유치원 친구들 눈에 비친 카멜레온의 비밀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었어요. 친구들은 오히려 카멜레온이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모두들 부끄러운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말해 주면서요. 이 말은 곧 카멜레온이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담고 있습니다.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깔이 바뀌지만 않을 뿐 다른 친구들에게도 고유의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에 등장하는 유치원 친구들은 생김새부터 모두 다릅니다. 입고 있는 옷이나 손에 든 소지품도 각양각색이지요.
유아가 가정을 벗어나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유치원은 곧 ‘사회’와 다름없습니다.『새 친구에게 비밀이 있대요』는 유아의 사회인 유치원을 배경으로 삼아, 나와 타인의 모습을 모난 눈으로 보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더욱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코끼리처럼 몸집이 크거나 생쥐처럼 조그맣거나 혹은 카멜레온처럼 온몸의 색깔이 바뀌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 저마다의 멋진 특색을 간직한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지요. 주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바뀌는 ‘카멜레온’ 캐릭터를 내세워 줏대 있는 자.타아 존중감을 강조한 아이러닉한 설정은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새 친구에게 비밀이 있대요』는 미디어창비의 기존 출간 도서『다섯 손가락』『어떡하죠?』에 이어 나 자신을 비롯 저마다 다른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법을 일깨워 주는 유익한 그림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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