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난데없이 꼬리가 생겼다. 다람쥐 꼬리같이 커다랗고 복슬복슬한 꼬리가 말이다. 영우는 깜짝 놀라 엄마한테 달려가 등을 보여 줬다. 엄마는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영우의 등을 찰싹 때렸다. 이 꼬리는 영우한테만 보이고 엄마한테는 안 보였다. 영우한테만 거치적거릴 뿐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엄마한테 보이지 않으니까 병원에 갈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영우는 꼬리를 단 채 느릿느릿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영우 말고도 꼬리가 있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신문 읽는 아저씨, 자전거 타고 가는 형, 멋쟁이 누나, 산책하는 할아버지…. 꼬리뿐 아니라 뿔이나 귀가 달린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영우는 그 사람들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영우도 지금 꼬리로 괴롭기 때문이다. 도대체 꼬리가 생긴 사람들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모두들 꼬리가 생겼을까?2015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여름방학 추천도서, 한우리 필독서 선정
친구와 싸우고 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꼬리가 생겼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꼬리가 자꾸 신경 쓰여요.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꼬리가 자꾸 거치적거려요.
꼬리를 떼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와 싸운 뒤의 심리 세계를 현실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이야기와
편안한 그림으로 그려낸 성장 동화.
<꼬리가 생긴 날에는?>은 평범한 초등학생 영우와 수찬이의 다툼을 담은 책이에요. 친한 친구와 다투고 난 뒤의 심리를 꼬리나 귀로 표현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요.
사람한테 꼬리가 달리다니? 자칫 그 모습이 혐오스럽거나 거북하게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마치 아이가 그린 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요. 꼬리 역시 다람쥐, 여우, 너구리 등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동물 꼬리를 그려 재미를 주었어요.
집 안, 거리, 학교 등 일상의 공간도 간략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아내어서 마치 우리 집과 동네, 학교를 보는 것같이 익숙하게 느껴져요. 거기다 꼬리와 뿔, 귀 달린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해서 판타지와 현실 세계가 어우러지도록 했지요. 마치 현실인 듯 현실 아닌 현실 같은 그림은, 일상에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는 아이들 심리 세계와 닮아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답니다.
왜 꼬리가 생겼을까?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던 영우 꼬리가 반 친구 민지에게는 보였어요. 민지는 영우의 꼬리를 보고, “우아, 탐스럽다! 아이, 귀여워라. 만져 봐도 돼?” 하며 다가왔거든요. 엄마한테 안 보이는 꼬리가 왜 민지한테는 보일까요? 민지가 영우와 같은 또래라서 보일지도 몰라요. 아니면 순수한 상상력을 지닌 아이라서 보일 수도 있고요. 어떤 까닭인지도 몰라도 영우는 민지와 꼬리에 대해 의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민지와 영우는 어제 일을 떠올리며 꼬리의 단서를 찾아봤어요. 그러다 ‘평소에 하지 않은 일’ 한 가지가 떠올랐죠. 바로 단짝친구 수찬이와 다툰 일이었어요. 그 일은 마치 거치적거리는 꼬리처럼 영우의 마음을 신경 쓰이고, 무겁게 만들었어요.
수찬이와 영우는 1학년 때부터 단짝친구였어요. 여태껏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 어이없게도 축구 하다 벌어진 사소한 말싸움이 뒤엉켜 싸우는 큰 싸움으로 번졌어요. 둘 다 선생님께 혼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에 돌아갔어요. 내내 그 일이 맘에 걸렸어요. 아마도 영우의 엉덩이에 돋은 꼬리는 수찬이와 싸워서 생긴 ‘마음의 꼬리’인가 봐요.
그렇담, 길거리에서 마주친, 꼬리 달린 사람들도 주변 사람과 다투고 꼬리나 뿔이 돋아난 거겠죠? 사람들이 우울했던 건 꼬리나 뿔이 생겨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툰 뒤 마음이 무거워서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우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지도.
꼬리를 없애려면?
영우의 특별한 일을 알아낸 민지는 수찬이와 화해하라고 재촉했어요. 하지만 영우는 자존심을 세우며 참견 말라고 거절했지요. 터벅터벅 교실에 이르러 영우는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렸어요. 수찬이한테도 쫑긋쫑긋 기다란 귀 두 개가 솟아 있었거든요. 결국 영우와 수찬이 둘 다, 어제 싸움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화도 나고 밉기도 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싸워서 속이 상했던 거예요. 그 속상한 마음이 꼬리로 쑤욱, 귀로 쑤욱 돋아난 것이고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배가 아플 때까지 한바탕 웃었어요. 그리곤 다정하게 화해했지요.
“어제는 미안했어.”
수찬이가 웃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응, 나도 미안했어.”
쉽게 나오지 않던 말이 솔솔 나왔어요.
그 말을 하자마자 신기하게 등이 쓰윽 가벼워졌어요.
뒤를 돌아보았어요.
“앗!”
꼬리가 없어졌어요!
수찬이의 기다란 귀도 감쪽같이 사라졌고요.
- 본문 중에서
꼬리나 귀를 떼어 내는 방법은 간단했어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과하고, 화해하면 되었으니까요. “미안해!” 한 마디면 무겁고 거치적거리는 꼬리나 귀가 스르르 저절로 사라졌지요. 무거웠던 마음도 새털처럼 가벼워졌고요.
가벼워진 마음으로 영우는 다른 사람들도 거치적거리는 꼬리와 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면서 어느 새 주변 사람들까지 생각할 만큼 한 뼘 쑤욱 성장한 거예요.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