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108개의 헝겊인형을 만들며 늙어간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낮부터 밤까지 때로는 새벽까지 평생 인형 만드는 일에 혼신을 다한다. 국화꽃밭에서 태어난 여인은 헝겊인형에 국화꽃 한 송이를 수놓고서야 인형을 완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들은 모두 특별하다.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의 밤을 지켜주고, 거친 물살에 동생을 잃은 언니의 아픔을 달래준다.
그런가 하면 가난해서 평생 헝겊인형을 가져보지 못한 한 연인의 약혼선물이 된다. 마치 아이를 낳는 고통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그렇게 각자의 소임을 다한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마지막 인형마저도 시력을 잃어가는 어린 소녀에게 준다. 여인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기쁨을 나누는 일에 희생한다. 막내 인형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고 더는 인형을 만들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여인은 몸져눕는데….2016년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차오원쉬엔’작품
연민과 조용한 슬픔 그리고 결벽한 가까운 순수함!
차오원쉬엔표 문학, 그림책으로 태어나다
[국화꽃 인형]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2016년 수상작가 ‘차오원쉬엔’의 작품이다. 회화를 연상하게 하는 유려한 문장과 애잔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가 독자를 압도하는 차오의 글이 그림과 만나 그림책이 되었다. 차오는 작품에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둔 적이 없다. 이 작품 역시 선함과 사랑 그리고 감사와 위로, 보답에 관한 인간 마음 본연의 이야기다. 평생 108개의 헝겊인형을 만들며 늙어간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낮부터 밤까지 때로는 새벽까지 평생 인형 만드는 일에 혼신을 다한다. 국화꽃밭에서 태어난 여인은 헝겊인형에 국화꽃 한 송이를 수놓고서야 인형을 완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들은 모두 특별하다.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의 밤을 지켜주고, 거친 물살에 동생을 잃은 언니의 아픔을 달래준다. 그런가 하면 가난해서 평생 헝겊인형을 가져보지 못한 한 연인의 약혼선물이 된다. 마치 아이를 낳는 고통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그렇게 각자의 소임을 다한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마지막 인형마저도 시력을 잃어가는 어린 소녀에게 준다. 여인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기쁨을 나누는 일에 희생한다. 막내 인형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고 더는 인형을 만들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여인은 몸져눕는다. 자식과도 같은 108개 인형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하루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인형 전시회에 모인 108개 인형들은 자기들이 형제자매임을 알게 된다. 각자의 몸에 수놓인 국화꽃을 보고! 인형들은 사람의 인기척을 피해 달빛 가득한 한밤중에 그들의 엄마, 인형 만드는 여인의 허름한 집으로 향한다. 여인은 인형들을 얼싸안고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애잔한 삶에서 찾는 인생의 의미
아름다운 소도시에서 인형 만들며 살아가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낮이면 인형 만들 천을 구하러 다니고 밤이면 인형 만드는 일에 전념합니다. 여인의 인형 만들기는 마치 아이를 낳는 역경에 비유될 만큼 어렵고 힘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들은 주인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여인은 자식과도 같은 인형들과 헤어질 때는 슬픔을 느끼지만, 인형들의 소임이 있기에 기꺼이 떠나보냅니다.
인형들은 어디서든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밤을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편안한 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 주고, 강물에서 죽음을 맞이한 동생을 그리워하는 언니의 슬픔을 위로해주지요. 가난 때문에 어려서 헝겊인형을 가져보지 못한 한 여자를 위한 약혼 선물로 여인은 흔쾌히 인형을 내놓습니다.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며!
인형들은 하나둘 여인을 떠나고, 결국 여인은 마지막으로 자신만을 위한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하지요. 그리고 모든 사랑과 정성을 쏟아 막내인형과 즐거운 날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 인형조차 그녀의 차지가 되지 못합니다. 눈을 잃게 될 어린 소녀가 막내인형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더 흐르고 여인은 늙고 지쳐 더는 인형을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몸져눕게 됩니다. 밤이면 별과 달을 보며, 낮에는 흐르는 강물을 보며 하염없이 인형들을 그리워합니다. 108개의 이름을 부르며!
도시에서 인형전시회가 열립니다. 이때 여인의 인형들은 한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인형들은 각자의 몸에 수놓인 국화꽃을 보고서야 자기들 모두가 형제자매란 걸 알게 되지요. 막내 인형이 늙고 지친 엄마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그 밤에 전시장을 나선 인형들은 달빛 가득한 국화꽃밭을 지나 여인의 허름한 집에 도착합니다. 국화꽃 향기에 눈을 뜬 여인은 티 없이 맑은 햇살과 인형들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단 한마디 말을 할뿐이었습니다.
“너희로구나, 내 아가들!”
차오가 숨겨놓은 함축적인 의미를 찾아서
“사랑, 소중함, 순수, 위로”
차오원쉬엔은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순수한 이야기를 토해내는 작가입니다. 차오의 작품들은 강이나 호수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습니다. 핵심은 물입니다. 차오에게 물은 순수한 생명의 원천으로서 성장기 아이들의 역동성 때로는 심연과도 같은 고요함을 드러내는 매개이기도 합니다. [국화꽃 인형]에서도 장소적 배경이 된 장난(江南)의 살구꽃, 봄비, 작은 다리와 도시를 흐르는 강을 통하여 물이라는 소재와 분위기가 은밀하게 드러납니다. 차오는 소도시의 고즈넉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주인공 여인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인은 조용하고 담백하며, 진실하고 선한 삶을 살아갑니다. 차오의 결벽에 가까운 순수성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발견됩니다.
차오는 그림책 창작의 희망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아이들의 독서에 밑바탕이 돼주고, 정신과 영혼의 토대가 되길 희망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생각이 더욱 긍정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그의 말대로 [국화꽃 인형은]은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뜨거운 사랑’과 ‘소중함’을 알려줍니다. 108개의 국화꽃 인형은 그녀가 심혈을 기울인 결정체입니다.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마음과 혼을 담아 탄생시킨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108개 인형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떠나보낸 후에도 끊임없이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차오는 이 이야기의 깊은 바닥에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우리네 엄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심어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무한한 사랑을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형들은 모두 그녀의 아이들인 것입니다. 여인은 마지막으로 국화꽃을 수놓음으로써 인형을 완성하지요. 이는 국화밭에서 태어난 자신의 생명의 흔적을 자기의 분신인 인형에 새겨 넣는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차오는 ‘선함’과 ‘위로’를 전합니다. 자식과도 같은 인형들을 떠나보내며 그 주인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고, 슬픔을 위로할 것을 주문합니다. 급기야 자기 자신을 위한 마지막 인형마저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녀에게 건내는 것은 숭고한 자기희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오의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즉 선함과 사랑이 잘 드러납니다.
그림책 전반에는 아름다움과 순수함 사이에 희미한 연민과 조용한 슬픔이 흐릅니다. 몽환과 그리움 사이에는 또한 알 수 없는 실망과 깊게 가라앉은 묵직한 감정이 들어차 있지요. 차오의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그림책 전체에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림책은 결말에 이르러서는 '감사‘와 ’보답‘이라는 마지막 함축적 의미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인형들은 늙고 지친 여인(엄마)를 찾아갑니다. 여인은 고되고 치열한 삶의 여정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게 됩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