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가난하지만 마음이 착한 개구리가 한 마리 살았다. 개구리는 형편이 어려운지 쌀을 얻으러 형을 찾아가는 길에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만나게 된다. 개구리는 바쁜 와중에도 소시랑게를 고쳐준다. 그다음에는 길 잃은 방아깨비를 만나 길을 알려주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를 끌어내주고, 풀대에 걸려 꼼짝 못하는 하늘소를 풀대에서 풀어준다. 이렇게 남들을 돕다 보니 그만 날이 저물고 마는데….
정겨운 우리 고유의 말과 리듬감 있는 시어를 사용해, 마치 돌림노래처럼 시구를 반복하는 백석의 장점이 살아있다. 길섶에서 자라난 우리의 들꽃, 들풀들을 수묵화에 채색을 더해서 풍부한 색감으로 담아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개구리의 다양한 표정과 초록빛은 살아 있는 듯 선명하다.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아깨비 길 가리켜주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주고……
착한 일 하느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어찌할까 걱정하며 주저앉아 있는데
도움 줬던 친구들 모두 나타나
개똥벌레 불 밝히고,
하늘소 짐을 들고,
쇠똥구리 길을 열고,
방아깨비 벼를 찧고,
소시랑게 밥을 지어서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재미있는 노래같이 흥겨운 백석의 동화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석의 동화시 「개구리네 한솥밥」이 화가 오치근의 채색이 곁들여진 수묵화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정겨운 우리 고유의 말과 리듬감 있는 시어를 사용해, 마치 돌림노래처럼 시구를 반복하는 백석의 시는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인간 세상을 빗댄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교훈을 전하고 있어, 생각이 깊어져가는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생각 거리를, 어른들에게는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렇듯 오랫동안 빛바래지 않을 백석 동화시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소년한길은 백석 동화시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2008년 출간되었던『오징어와 검복』은 그 첫 번째 책으로, 빼앗긴 뼈를 되찾으려는 오징어의 이야기를 선 굵고 개성 넘치는 수묵담채화로 그려냈습니다. 뒤이어 2009년에는 두 번째 책 『집게네 네 형제』가 나왔습니다. 연필만으로 집게와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전작과는 또 다른 기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당당하게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막내 집게를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개구리네 한솥밥』은 길섶에서 자라난 우리의 들꽃, 들풀들을 수묵화에 채색을 더해서 풍부한 색감으로 담아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개구리의 다양한 표정과 초록빛은 살아 있는 듯 선명합니다. 길섶에 난 엉겅퀴, 개망초, 민들레, 벗풀, 여뀌, 삼백초 그리고 습지 주변의 창포, 개구리밥, 생이가래, 물달개비까지 다양한 식물들을 그림 속에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런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개구리는 길을 가며, 어려움에 빠진 소시랑게, 방아깨비, 하늘소, 개똥벌레를 차례로 돕습니다. 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나눠 먹는 장면에서는 어려움을 이겨낸 작은 생명들의 기쁨이 가득합니다. 또한 오치근 화가가 뒷면지에 추가로 그려놓은, 밤이 늦도록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노는 개구리와 친구들의 모습은 미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모두들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옛날에 가난하지만 마음이 착한 개구리가 한 마리 살았습니다. 개구리는 형편이 어려운지 쌀을 얻으러 형을 찾아가지요. 그런데 가는 길에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만났습니다. 개구리는 바쁜 와중에도 소시랑게를 고쳐줍니다. 그다음에는 길 잃은 방아깨비를 만나 길을 알려주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를 끌어내주고, 풀대에 걸려 꼼짝 못하는 하늘소를 풀대에서 풀어줍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웅덩이에 빠져 우는 개똥벌레를 건져주지요. 이렇게 남들을 돕다 보니 그만 날이 저물고 말았습니다. 형네 집에서 쌀도 아닌 벼 한 말을 얻어서 지고, 길도 어둡고 짐도 무거워 자꾸 넘어집니다. 그때 개구리가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납니다. 개똥벌레 나타나 불을 밝히고, 하늘소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쇠똥구리가 막힌 길을 뚫어주고, 방아깨비가 벼를 찧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소시랑게가 짜잔 나타나 밥 한 솥을 거품으로 지어냅니다.
백석은 왜 이런 이야기를 동화시로 지어냈을까요?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백석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개구리가 저 혼자만을 생각하며 도움을 주지 않고 지나쳤다면, 절대 모두가 한솥밥을 즐겁게 나눠먹지 못했을 테니까요. 개구리 혼자서 벼를 찧어 밥을 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럿이 도왔기 때문에 밥을 짓는 일이 가능해졌지요.
모두들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는 장면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던져줍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를 돕고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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