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데,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작가로서도 발자취를 남겼다.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계 일주도 했다.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나혜석의 삶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윤미숙 작가는 나혜석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포착해 스타일 있는 그림책으로 완성했다.“여자도 사람이외다!”
100여 년 전, 남자 여자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선구자.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 여성.
나혜석은 나혜석이다.
나혜석은 1896년, 조선이 망국으로 기울어지던 구한말에 태어났다. 나혜석의 마지막 해는 1948년, 남북이 각기 정부를 세워 분단이 확정된 해다. 이 기간은 우리 겨레가 암흑 속에서 실낱같은 빛을 찾던 시절이었고, 옛것과 새것이 뒤섞여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던 시대였으며, 개인이 주체로 서는 근대라는 이름의 체제가 터를 잡는 시간이었다. 이 역사의 한복판에서 나혜석은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갔다. 나혜석은 그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유학까지 하며 신학문을 배운 이른바 신여성이었다. 봇물 터진 듯 밀려오는 새로운 문물과 사상을 받아들인 나혜석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잡지에 만평을 그리고 다른 작가의 책에 삽화를 그리는가 하면, 암울한 여성의 처지와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고발하고 낡은 관습에 맞서는 주장을 신문에 싣기도 했다. 독립운동에도 관여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며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고, 최초의 여성주의 작가이며, 우리나라 여성으로 처음 세계 일주를 한 이도 나혜석이었다. 무엇보다 여성의 삶을 중심에 두고 치열하게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여성주의자였다. 그러나 단지 최초라는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삶이 전하는 메시지인데, 나혜석의 일생을 관통한 것은 여성이 삶의 주인이 되고 주체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나혜석은 작가이며 화가이며 여성으로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말하고 쓰고 그렸다. ‘나는 누구 딸, 누구 부인, 누구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 나혜석으로 평생 살겠다.’라고 선언하고 그대로 실천한 나혜석의 삶은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나혜석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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