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마리나 되는 새끼를 돌보느라 아빠 들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크느라 그런지 새끼들은 늘 배고프다고 한다. 어느 날 아빠 들쥐는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고양이에게 뒷다리를 물린다. 살아 돌아와 다행이지만, 아빠 들쥐는 몸져눕는다. 새끼 들쥐들이 그제야 나가서 먹이를 구해왔지만, 그만 흉년이 들어 그마저도 어렵다. 아빠 들쥐는 성치 못한 몸을 이끌고 새끼들과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고기 냄새를 맡는다. 냄새를 따라 부잣집 마당으로 들어가니 큰 솥에 고기가 남아 있었다. 아빠 들쥐는 지렛대를 이용해 있는 힘을 다해 솥을 기울여 본다. 솥에 잘못하다가 깔릴 판인데, 새끼들은 고기를 먹으러 우르르 달려간다. 아빠 들쥐는 새끼들을 밀어내다 그만 쓰러진다. 그런데도 새끼들은 고기 먹느라 정신이 없다. 한참 먹고 나서야 새끼들은 몰려가 아빠의 상태를 살핀다. 아빠는 정신이 가물가물한 데도 새끼들만 걱정한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라면서…….
그간 비어 있던 ‘아빠’의 자리를 박상희 작가의 시각으로 새로이 써낸 그림책이다. 일곱 자식을 거두는 아빠 들쥐의 고단함과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동안 우리는 아빠라면 으레 가부장적인 모습만 떠올렸다. 하지만 아빠라고 어찌 엄마의 사랑과 다르겠는가. 어린이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 천방지축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볼 것이다. 그리고 아빠의 어깨에 얼마나 큰 짐이 지워져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라는 말에는 아빠의 사랑과 고뇌가 묻어 있다. 그 말을 곱씹다 보면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