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갓 구운 쿠키는 조심조심 부드럽게 옮겨야지? 친구를 대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 엄마가 “너랑 같이 쿠키를 굽는 이 부엌보다 더 좋은 곳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하고 지나치듯 말하는 순간에도 “봐, 넌 이렇게 넘치는 사랑 속에서 살고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위로한다는 건 네가 쿠키를 새카맣게 태웠을 때, 말없이 꼭 안아 주는 거야.”
“응원한다는 건 친구가 만든 쿠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때, 다른 누구보다 기뻐해 주는 거야.”
“조건 없는 사랑이란 네가 쿠키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널 아끼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 거야.”
사랑 수업 하나_일상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기
지난해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사랑해!”라고 합니다. 요즘 부모들은 옛날만큼 사랑 표현에 인색하지 않다고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에 목이 마른 모양입니다.
《쿠키 한 입의 사랑 수업》은 이런 아이들에게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아도 이미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이 우리 삶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그림책입니다. 엄마가 “이리 와.” 하고 두 팔을 벌리는 순간에도, 아빠가 “갓 구운 쿠키는 조심조심 부드럽게 옮겨야지? 친구를 대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알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에도, 엄마가 “너랑 같이 쿠키를 굽는 이 부엌보다 더 좋은 곳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하고 지나치듯 말하는 순간에도, 언니나 오빠가 “네가 오길 기다렸어. 같이 먹자.” 하고 쿠키 그릇을 내미는 순간에도 사랑은 있지요.
이 책은 이렇듯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사랑으로 가득한 순간들을 찾아내 아이들 앞에 펼쳐 보입니다. “봐, 넌 이렇게 넘치는 사랑 속에서 살고 있어.” 하고 말입니다.
사랑 수업 둘_사랑의 여러 얼굴 알기
하지만 사랑이 늘 달콤하고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쿠키를)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만드니!” 하는 칭찬 속에도, “얘야, (쿠키 반죽할 때) 소금이랑 설탕을 헷갈린 것 같구나.” 하는 쓴소리 속에도 사랑은 있습니다. 사랑을 하다 보면 천국에 온 것처럼 기쁜 순간도 있지만 마음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괴로운 순간도 있지요. 하지만 칭찬도, 꾸지람도, 기쁨도, 괴로움도 모두 사랑이라는 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라는 것을 알면 받아들이기가 한결 수월하겠지요. 어제 칭찬한 입으로 오늘은 꾸지람을 하더라도 말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조금 이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게 주면 주는 만큼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나는 내 짝꿍이 만든 쿠키가 좋아. 그런데 짝꿍은 내 쿠키가 마음에 안 드나 봐. 아니면 내 쿠키에 관심이 없는 걸까?” 하고 마음 졸이는 짝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조차도 사랑을 주기보다는 받는 데 더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예방 주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 수업 셋_사랑 나누기
우리가 넘치는 사랑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그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울 차례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은 돈이 드는 것도 힘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마음만 있으면 되지요. 친구가 좋아하는 쿠키를 기억해 주는 것도, 친구가 쿠키를 새카맣게 태웠을 때 말없이 꼭 안아 주는 것도, 친구가 만든 쿠키가 인기가 있을 때 함께 기뻐해 주는 것도, 친구에게 마지막 남은 쿠키를 양보하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일입니다. 맛있는 쿠키를 구워 놓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엄마에게 찬사(?)를 보내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맛있는 냄새가 나요! 아아, 얼른 먹고 싶어요!” 아기 염소의 한 마디에 더 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엄마 염소를 보면 절로 알게 될 일이지만 말입니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도 아이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아이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쿠키 더미에 둘러싸인 채 활짝 웃는 엄마인 것도 그래서지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면, 널 위해서라면 날이면 날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쿠키를 구울 수 있단다.” 이 말은 수줍은 엄마들을 대신한 뜨거운 사랑 고백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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