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물음과 성장을 담아내다
보호자는 괴롭지만 아이들은 꼭 거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왜? 왜?’ 질문을 달고 사는 시기이지요. 계속되는 질문은 귀찮고, 대답도 어려워 괴로울 때도 있지만 아이를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처음 보고 듣고 경험하기에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왜 좋은 걸까?>의 주인공, 고양이 하양이도 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궁금합니다. 무더기로 자라난 풀 위에 앉을 때면 풀은 왜 많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꽃향기를 맡을 때면 꽃은 왜 예쁜지 궁금하고, 개구리를 흉내 내며 폴짝폴짝 뛰면서도 왜 개구리는 폴짝폴짝 뛰는지 궁금해하지요. 눈에 보이는 건 다 궁금해하는 모습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양이의 질문은 천진난만한 강아지, 까망이를 만나며 변화합니다. 만나서 함께 놀면, 함께 있으면 왜 즐거울까? 왜 기쁠까? 헤어지는 건 왜 쓸쓸할까? 하양이는 감정의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외부를 향하던 호기심이 자기 자신, 내부를 향하게 된 것이지요. 질문의 변화는 아이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존재라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 처음 좋아하게 될 때의 설렘을 더하다
무언가를 알아가고 마음을 주기 시작할 때의 기쁨과 설렘을 기억하나요? 누군가가 아닙니다. ‘무언가’이지요. 마음을 주는 대상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물론, ‘애착 인형’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무생물에게도 마음을 주고 애틋한 감정을 품습니다.
<왜 좋은 걸까?>의 하양이도 ‘처음’을 겪게 됩니다. 까망이를 처음 만나고, 처음 함께 놀고, 처음으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지요. 그 과정에서 하양이는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까망이와 함께 놀아서, 혹은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겁습니다. 헤어짐이 쓸쓸하고, 잠이 오지 않을 만큼 보고 싶기도 하고, 만나러 가는 시간마저 즐겁고 두근두근거리지요. 하양이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몰라 계속해서 스스로 ‘왜?’, ‘왜?’ 질문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까망이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좋은 걸까?>는 무언가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될 때, 그 짧은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처음을 만나는 아이들은 공감하며, 수많은 처음을 거쳤던 어른들은 그 순간을 곱씹으며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 시원한 선, 선명한 색으로 표현하다
<왜 좋은 걸까?>는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되는 기쿠치 치키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그려낸 선은 거침없고 단순하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선들은 섬세하게 동물의 특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얌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고양이 하양이, 헥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강아지 까망이를 비롯해 나비와 개구리 등 다른 곤충들의 특징도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표지를 넘겨보면 화려한 꽃밭이 나옵니다. 시야를 꽉 채운 색색의 꽃밭에서 멀리 떨어져 서로를 알지 못하는 하양이와 까망이가 보이지요. 이어 책장을 넘기면 흰 바탕에 생동감 넘치는 색색의 꽃과 자유롭게 뛰노는 곤충들, 하양이가 보입니다. 선명한 색이 눈을 사로잡는 순간입니다. 그런가 하면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하양이만 하얗게 표현하여 하양이가 느끼는 쓸쓸함을 극대화하기도 합니다. 간결한 문장과 시원한 선, 뚜렷한 색을 함께 읽어보세요.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전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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