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멋진 집이에요.” 여기 자기의 집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개미, 나비, 거미, 제비, 고양이, 다섯 동물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집을 소개하지요.
개미의 집인 개미굴은 방도 많아 다 함께 살기 좋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어 쾌적합니다. 나비의 집인 배추는 동글동글 귀여운 데다가 아이들인 애벌레의 먹이로도 쓸 수 있어 유용하다지요. 옆에는 유채꽃과 라벤더 꿀을 먹을 수 있는 카페까지 있으니 위치도 무척 좋습니다. 그 말을 받으며 끝말잇기를 하듯 거미가, 제비가, 고양이가 저마다 집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개미굴은 가끔 훌쩍 뒤집혀서 엉망이 될 때도 있고, 나비들은 근처에서 자기들을 노리는 거미를 경계해야 하지요. 다른 동물들도 난처하거나 성가신 일이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모두 ‘이런 일은 별거 아니’라며 위기를 헤쳐갈 방법을 알고 있기도 하고, 어찌 됐든 소중한 집이니까요.
하지만 집이 마음 편한 공간이라, 돌아갈 곳이라서 소중한 걸까요? 개미는 여왕개미를 비롯해 많은 개미와 살고, 나비는 자식인 애벌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거미는 각자 집에서 생활하지만 친구들이 곁에 있고, 제비는 가족과 함께 남쪽에서 집으로 돌아오지요. 고양이는 귀찮다 해도 집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소중한 이들까지 함께 살기에, 집이 더욱 평온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집의 따스함, 함께 살아가는 따뜻함.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소중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 더욱 멋진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 공존하는 삶의 자연스러움과 평온함
〈아주 멋진 집이에요〉를 읽다 보면 다양한 동물의 집은 물론 생활 방식까지 알게 됩니다. 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군집이 한데 모여 살아갑니다. 흰나비 애벌레는 배추를 먹지만 나비가 된 뒤에는 꽃꿀을 먹고 살아가지요. 한편 제비는 남쪽으로 갔다가 따뜻할 때 돌아와서는 저번에 쓰던 집을 다시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곤충도 집과 생활이 있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는 셈이지요.
모를 때는 주변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보이더라도 그저 벌레와 곤충, 소동물이지요. 하지만 알게 되면 달라집니다. 잘 모르고 지나쳤던 모든 것이 생활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이 사실을 안다면 적어도 재미로 동물과 곤충, 벌레를 죽이는 일도 적어지지 않을까요? 동물, 곤충,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건 “모두가 좋아하게 될 아주 멋진 집”의 모습이니까요.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삶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얼마나 평온한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 서정성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
그렇다고 이 책이 생태 지식이 전부인 그림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 화자의 입을 빌려 간결하게 표현해 무척 읽기 쉽고, 알기 쉽습니다. 화자가 달라지며 독자에게 건네는 말투도 달라지기에 각각 동물들에게 이입해 읽을 수도 있지요.
타카하시 카즈에 작가의 종이에 번진 듯한 부드러운 그림은 짙은 서정성을 더해 줍니다. 곧 봄이 올 것만 같은 따뜻함도 함께 느낄 수 있지요. 그렇다고 서정적이고 귀여운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평화로움 속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거든요.
개미굴은 사람에 의해 엎어집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고 살펴보면 당근 모종이 담긴 화분을 보게 되지요. 이 모종은 글을 통해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뒤에서 배추 앞에 나란히 심긴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그런가 하면 마지막 페이지에는 책 속에 소개되지 않은 또 다른 집이 나오기도 하고, 밤에 놀러 오라는 거미의 말에 호응하듯 뒤표지는 달빛에 빛나는 거미줄이 그려져 있습니다. 표지부터 본문, 뒤표지까지 글과 그림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완성도가 높은 그림책입니다.
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