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싼 가격에 드립니다.
“그 소문 들었니?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가 있대.”
“정말? 근데 그 가게 어디에 있대?”
“쉿! 이건 비밀이야.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는…….”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있지요?
여기 그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가 있어요.
여러분은 이 가게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으로 값을 내겠습니까?
있을 법하지 않지만 있으면 좋을 매혹적인 가게 이야기
어느 동네 길모퉁이에 간판도 없고, 주인이나 점원도 보이지 않으며, 벽이 온통 거울로 되어 있는 가게가 있다. 외형과 판매 시스템도 예사롭지 않지만, 이 가게가 정말로 특별한 점은 손님이 간절히 원하는 것만 판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다. 이런 가게가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을 테다. 현실에서 얻기 힘든, 아니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으랴.
이 가게에는 저마다 간절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 가게이니 손님은 마땅히 물건 값을 내야 하는데, 꼭 돈으로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게에서 물건 값으로 요구하는 것이 때로는 물질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상품 거래의 규칙을 깨뜨리는 이 기묘한 가게에선 과연 어떤 거래가 이뤄질까? 손님으로 온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이 무엇을 얻고 그 값으로 무엇을 내놓는지 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속의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소원이란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린 욕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테니.
이 작품의 공간인 가게는 상품을 팔고 사는 곳이다. 우리는 상품 거래를 관계의 기본으로 하는 사회에 살면서 일상적으로 무언가를 팔고 무언가를 산다. 옛이야기에서 소원은 용왕님이나 신령님이 들어주지만 이 작품처럼 현대사회에선 어떤 ‘가게’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장막 뒤의 세계를 엿보는 흥미진진한 알레고리로도 읽힐 수 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싼 가격에’ 준다는 가게의 표어는 강렬한 유혹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밤하늘을 수놓는 대신 날카롭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독자 스스로 소원을 떠올리고 원하는 삶을 그려보게 하는 한편 어떻게 살고 있고 또 살아야 하는지 되묻게 만든다.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무엇을 달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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