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 커다란 악어가 사냥을 나갔다가 이상하게 생긴 아기 악어를 발견한다. 악어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와 사랑으로 키운다. 그런데 아기 악어가 여러 모로 이상하다. 악어인데도 헤엄을 못 치고 물고기를 싫어한다. 몸에 녹이 슬고 달빛에 번쩍거리고 나무 위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안아 주는 것도 싫어하고 뽀뽀하는 것도 싫다고 한다. 진짜 이상한 건 ‘생’고기보다 ‘익힌’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악어는 아기 악어가 껍데기를 벗은 모습을 보고 정체를 알게 된다. 아기 악어는 바로 인간, 사내아이였는데….멋진 말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용감한 기사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우러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조금 식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사가 모험 도중에 사고를 당해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는다면 어떨까요? 그 순간 덤불에서 안경을 쓴 커다란 악어가 튀어나온다면 어떨까요? 우리의 기사는 악어에겐 한입거리밖엔 안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기발한 착상에 더해 커다란 악어가 전혀 무섭지 않고 인간 기사를 자식으로 삼아 사랑으로 돌본다면 어떨까요?
우리 아기는 정말 이상해. 악어인데도 헤엄을 못 치고 물고기를 싫어해!
-커다란 악어와 사내아이가 만나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도 괜찮아. 그래도 넌 사랑스런 우리 아기니까!
책콩 그림책 41권인 『그래도 넌 사랑스런 우리 아기』는 악어와 인간 아이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텅 빈 냉장고』로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은 가에탕 도레뮈스는 악어와 인간 아이가 만나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위트 있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안경을 쓴 커다란 악어가 사냥을 나갔다가 이상하게 생긴 악어를 발견합니다. 악어는 겉모습은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악어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와 자식으로 삼습니다. 부성애를 느낀 것이지요. 하지만 악어가 눈이 좋았더라면 악어의 입과 닮은 기사의 투구 속에서 공포에 질린 사내아이의 얼굴을 보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가에탕 도레뮈스의 뛰어난 데생력으로 생생하게 표현된 그림 아래 두 적대적 존재들이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아름답고 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가는 아기 악어가 근근이 적응해 가는 질퍽한 늪지대와 강에서의 목욕, 뱀 사냥, 햇빛 아래서의 낮잠 등을 배워나가면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약간은 소름끼치는 장면들을 색연필로 다채롭고 유머러스하게 펼쳐냅니다. 그중 한 장면은, 막 사냥해 온 신선한 고기를 받은 녀석이 혐오감을 느끼고 먹기를 거부합니다. 당황한 악어가 묻습니다. “넌 배가 안 고파? ‘생’고기는 안 좋아한다고? 그런데 ‘생’고기가 뭐야?” 악어는 피가 철철 흐르는 곰발을 건네며 묻습니다. “아, 주스도 싫다고?” 그리고 반대로 악어는 녀석에게 ‘익힌’ 고기가 맛있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에 감동해 책을 덮는다면 나머지 반을 놓치는 것입니다. 뜻밖의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두 페이지에 걸친 해피엔딩 그림에 이어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사내아이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악어는 나를 잡아먹지 않았어요.” 독자들은 처음으로 사내아이의 생각을 엿보게 됩니다. 사내아이는 겁을 먹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커다란 악어와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워합니다. 사실은 조금 불안해합니다. 조금만 마음이 변하면 둘 사이는 먹고 먹히는 관계로 변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둘 사이에 의심이 자리를 잡고 공생 관계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악어와 사내아이, 둘은 본성을 거스르고 가족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그보다 더 심오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도 넌 사랑스런 우리 아기』는 입양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맺기는 어렵습니다. 하물며 혈연이 아니라 입양으로 맺어진 사이라면, 둘의 관계를 더욱 더 어려운 일입니다.
커다란 악어는 아기 악어가 여러 모로 이상합니다. 자기와 조금도 닮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악어라면 당연한 일인 헤엄도 못 치고 물고기도 싫어합니다. 악어는 안아 주고, 뽀뽀하고 싶지만 아기 악어는 그런 일들이 싫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입양으로 만난 관계라면 이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도 악어는 아기 악어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자기처럼 헤엄을 못 치고 사냥을 못 해도, 자기와 너무나 달라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와 다름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줄 뿐입니다.
이렇듯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가인 가에탕 도레뮈스는 탄탄한 구성과 풍성한 내용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익살과 감동이 가득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수준 높은 그림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그림책입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