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가장자리에 무성한 갈대밭이 있습니다. 어른 키 두 배나 넘게 쑥쑥 자라지만 절대 바람에 쓰러지지는 않는 갈대이지요. 한해살이풀들이 누렇게 죽어가는 가을에도, 찬바람이 휙휙 휘몰아치는 추운 한겨울에도 갈대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갈대의 길을 아는 것이지요. 한살이를 다한 묵은 갈대는 새봄을 맞이하고도 자리를 내어 줄 생각이 없습니다. 새봄에 피어난 갈대들이 쑥쑥 발돋움을 하는 동안에도 껑충하게 큰 갈대들은 여전히 허리를 굽히지 않습니다. 6월이 가고 7월이 오자, 중랑천 갈대밭에 ‘심판의 날’이 찾아옵니다. 갈대들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장맛비가 내리퍼붓습니다. 갈대밭의 묵은 갈대들은 서로 뒤엉킨 채 엎어지고 쓰러집니다. 매서운 장맛비가 지나가면 되살아나는 불사조처럼 새봄에 피어난 갈대들이 허리를 들어 올립니다. 묵은 갈대들은 땅 냄새를 맡으며 바닥으로 드러눕습니다. 다시 햇살 쨍쨍한 가을이 오면 새봄 갈대의 머리숱이 사자 갈기처럼 부풀어 오를 것입니다.
갈대가 살아가는 법칙
한갓 들풀로 태어나 들풀의 삶을 살다 가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것을 거부하고 이듬해 여름까지 끈질기게 버티다가 마침내 쓰러지는 갈대의 삶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한해살이풀보다 목숨이 두 배 가까이 긴 갈대가 살아가는 법칙을 송언 작가가 담담하게 풀어내고, 김선남 작가가 세심하고 다양한 시각의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갈대의 모습뿐 아니라 1년 사계절 속 갈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갈대와 갈대를 둘러싼 생태계의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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