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말했어요.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아빠 구두에 구두약을 잘못 발라 못 쓰게 만들었거든요.
구두를 맡기고 돌아오는데, 화단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었어요.
꼭 죽을 것만 같아서 병원에 데리고 갔지요.
그런데 친구 말이 병원비가 엄청 나올 거래요.
어떡하죠? 엄마한테 일만 저지르고 다닌다고 혼날 게 뻔해요.
난 왜 이렇게 나잇값을 못하는 걸까요?
어떡하면 나잇값을 할 수 있는 거죠?
나잇값, 그게 뭔가요?
민국이 엄마의 잔소리가 또 시작되었다. “열 살이나 되었는데 제발 나잇값 좀 해.”라고 말이다. 나잇값? 대체 그게 뭔데 자꾸 나잇값을 하라는 걸까?
민국이 엄마처럼 부모님들은 아이가 야무지게 제 할 일을 잘하기를 바란다. 공부도 스스로 잘하고, 동생도 잘 돌보고, 말썽 부리지 않는 그런 아이 말이다. 어쩌면 제 나이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민국이도 그런 엄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더군다나 곧 동생이 생기니 엄마의 바람은 더욱 커져만 간다.
하지만 나잇값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잇값 못 하는 어른들도 얼마나 많은가. 민국이 역시 고민이다. 대체 어떡하면 나잇값을 할 수 있는 걸까?
난 그저 주변에 관심이 많을 뿐인데...
엄마가 보기에 민국이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아이다. 숙제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똥을 눌 때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게다가 머리를 식힌다고 냉장고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질 않나, 구두를 닦으라고 했더니 검은색 구두에 빨간색 구두약을 발라 못 쓰게 만들기도 한다. 툭하면 딴생각에 딴짓하기 일쑤니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민국이는 나잇값 좀 하라는 엄마 말에 억울하다. 엄마가 딴생각이 날 땐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게 최고라고 해서 냉장고에서 머리를 식히는데 불호령이 떨어졌고, 구두를 닦을 땐 처음 보는 벌레한테 정신이 팔려서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냥 좀 주변에 관심이 많을 뿐인데 나잇값도 못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들었다.
완전 큰 사고를 치고 말았어
민국이의 호기심은 또 다른 사건을 몰고 온다. 엉망이 된 아빠 구두를 수선집에 맡기고 오는 길에 아픈 길고양이를 발견한 것이다. 아기 고양이가 죽을까 봐 걱정된 민국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세 아이가 머리를 모아 보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뿐. 그럼 병원비는 누가 내지? 친구들은 제일 먼저 발견한 민국이가 병원비를 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얼결에 아기 고양이 병원비를 책임지게 된 민국이. 병원비가 많이 나올 거라는 말에 민국이는 가슴이 철렁한다. 엄마가 알면 또 나잇값 못 하고 사고 쳤다고 잔뜩 혼이 날 텐데....
그날부터 민국이는 아기 고양이 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기 고양이는 일어나지도 못해 매일매일 병원비가 늘고 있고, 친구들에게 떠밀려 아기 고양이가 나으면 집에 데려가 키우게 생겼다. 엄마랑 민국이는 고양이를 만지지도 못하는 데 이를 어쩌면 좋지?
나도 할 수 있어요! 조금만 지켜봐 주세요
길에서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가고, 매일 병문안을 가고 걱정을 하면서 민국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한다. 고양이를 만지지도 못하던 민국이가 아기 고양이에게 죽을 먹일 수 있게 되고, 스스로 병원비를 벌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민국이처럼 아이들은 작은 계기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민국이 엄마처럼 나잇값 못 한다고 꾸중하는 대신 동물병원 선생님처럼 용기를 북돋워 주자. 책임감이 강하다는 선생님 말에 민국이는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 이제 민국이는 전보다 한층 의젓해진 모습으로 집으로 향한다.
《고양이 민국이와 사람 민국이》는 박현숙 작가가 길고양이를 구출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재로 한 동화이다. 주변에 관심이 많은 아이 민국이가 길고양이게 손을 내밀면서 성장할 수 있던 것처럼, 아이들은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겪으며 더 크게 자란다. 주변의 작은 것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민국이처럼 어린이 독자들도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갖기를. 또 자신을 믿고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1. 나잇값 좀 해라
2. 죽었니? 아니 살았어!
3. 아기 고양이 민국이
4. 나도 우리 엄마가 무서워
5. 죽었으면 좋겠어
6. 민국아! 야옹!
7. 또 사고 치고 말았다
8. 사람 민국아,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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