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떠밀려 굴러가는 공을 잡으러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 길 가던 할머니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아주머니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아저씨는 괭이를 내려놓고 쫓아간다. 노랑, 분홍, 초록 봄 색깔이 가득한 공을 찾아 채은이가 활짝 웃는다.잡아라! 채은이 예쁜 공 잡아라!
채은이는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노래를 잘해서 예쁜 공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노랑, 분홍, 초록 봄 색깔이 가득한 공이에요.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공이 떼굴떼굴 굴러갑니다. 채은이와 할아버지가 공을 잡으러 쫓아갑니다.
공은 빨리빨리 굴러 길 가던 할머니 앞으로, 길 가던 아주머니 앞으로, 땅을 파던 아저씨 앞으로 굴러갑니다. 노랑 개나리 속에 섞여, 분홍 진달래 속에 섞여, 초록 잔디에 섞여 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 공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 있다, 채은이 예쁜 공.” 아저씨가 공을 잡아 채은이에게 주었습니다. 채은이는 공을 꼬옥 잡았습니다. 이제 바람이 불어도 괜찮아요.
봄 세상은 노랑, 분홍, 초록이에요.
봄빛은 요술쟁이예요. 봄빛이 온종일 놀다가면 노란 꽃이 피어나고, 분홍 꽃이 피어나고, 초록 잎이 돋아나요. 그래서 봄 세상은 노랑, 분홍, 초록이에요. 채은이가 재롱잔치에서 받은 공은 노랑, 분홍, 초록 봄 색깔이 가득한 공입니다. 봄바람에 떠밀려 굴러가는 공을 잡으러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칩니다. 길 가던 할머니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아주머니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아저씨는 괭이를 내려놓고 쫓아갑니다. 뒤에 따라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챙겨서 같이 따라갑니다. 하지만 노란 꽃, 분홍 꽃, 초록 잎의 봄빛에 섞여 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봄바람이 다시 살랑, 살랑 불어서 공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노랑, 분홍, 초록 봄 색깔이 가득한 공을 찾아 채은이가 활짝 웃습니다.
자신의 일을 제쳐 두고 타인을 돕는 것도 봄빛과 봄바람이 흔든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살랑, 살랑 봄바람에 싱긋, 생긋 미소 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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