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6권 『포치가 온 바다』는 여름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바다처럼 시원한 색감으로 그려 낸 그의 대표작이다. 거장의 붓끝에서 탄생한, 유년의 잊지 못할 여름날의 한 페이지를 지금 펼쳐 보자.누구보다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작가
이와사키 치히로가 그린 사랑스러운 여름 방학
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읽힌 일본 그림책의 고전 『포치가 온 바다』(미디어창비)의 한국어판이 새롭게 단장해 독자들과 만난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수채화와 수묵화를 결합한 화풍으로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받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다. 평생 어린이를 작품 테마로 삼았고, 생전에 반전 및 반핵 운동에 앞장선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포치가 온 바다』는 여름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바다처럼 시원한 색감으로 그려 낸 그의 대표작이다. 거장의 붓끝에서 탄생한, 유년의 잊지 못할 여름날의 한 페이지를 지금 펼쳐 보자.
두근두근 설레는 유년의 여름날
여름 방학을 맞은 치이는 엄마와 함께 바닷가 할머니네 집을 찾는다. 정든 친구들과의 작별, 다음 학년으로의 성장을 앞둔 겨울 방학과 달리, 여름 방학은 어린이에게 온전히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기차의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는 과연 치이의 설렘을 북돋운다. 멋진 수영복과 튜브도 여름의 들뜬 분위기를 거든다. 그런데 주인공 치이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치이의 단짝, 강아지 포치가 함께 오지 못한 까닭이다. 봐 주는 포치가 없다면 아무리 멋진 수영복과 튜브도 소용이 없다. 기다렸던 여름 방학도 포치 없이는 순식간에 의미를 잃고 만다. 치이는 포치를 생각하며, 같이 놀자는 새 친구들의 부름도 뿌리친다. 그리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기로 한 치이는 포치에게 자신이 없더라도 홀로 울지 말 것을 당부한다. 포치에게 건네는 당부는 제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찬 행복의 순간을 담은 명작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보고 싶었다는 말마저 미처 잇지 못하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치도록 반가운 마음은 그저 “아― 포치, 편지 받았구나”라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작품 속에서 이 순간의 주인공은 포치다. 치이의 벅찬 얼굴은 숨겨 둔 채 포치의 표정만으로 치이의 행복감을 대신 전하는 연출은 절묘하다. 여름 방학을 그린 수많은 명작 그림책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은 대체로 당시 주류였던 그림책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서정성이 돋보이지만, 이 책만큼은 여름 햇살처럼 눈부신 생기와 활력이 넘친다.
『포치가 온 바다』는 그간 국내에서 『치치가 온 바다』라는 제목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이번에는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시리즈를 완간하며, 번역가이자 그림책 평론가로 활동하는 엄혜숙의 빼어난 번역으로 새로 펴낸다. ‘토토’와 ‘치치’였던 한국어판 등장인물 이름은 원작 그대로 ‘치이’와 ‘포치’로 바로잡았다. 매년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방학을 기다리는 어린이에게 선물할 그림책으로 자신 있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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